상담실 이야기

성인상담후기 :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며

작성자
adminNK
작성일
2018-10-19 12:02
조회
1739

성인심리상담 -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며 "내가 너를 기억하고 있어!"

S를 치유공간 느낌에서 만난 것은 5년 전입니다. 집단상담에서 였는데 그 첫 그룹에서의 S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룹에서 나이가 어린 편에 속했던 S는 집단의 멤버들과 상담자에게 수시로 '고맙다', '미안하다'감정표현을 하였습니다. 누군가로부터 쓴소리를 들었음에도 웃을 상황이 아닌데 얼굴은 연신 웃고있습니다. 감정과 얼굴의 불일치, 마음과 행동의 불일치감이 그룹을 하는 동안 내내 만나졌습니다. 5년 전임에도 S에게 했던 상담작업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어떻게 하면 S가 자신의 마음을 있는그대로 만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대신 솔직한 내면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까 마음을 모았습니다. 그때 S에게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자신의 얼굴을 명상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이 누군가의 눈치를 보거나, 누군가에게 맞춰주는 얼굴이 아닌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 그대로'를 담아내는 얼굴이 되어보자고 하였습니다. 자신의 얼굴 그대로를 만나기 시작하면서 S는 울기시작했습니다.

이것이 S와 저의 만남의 처음이었습니다. 그 경험이 계기가 되어 S는 집단상담가 양성교육도 받고, 실제 위기청소년들을 상담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진로에 대한 분명한 방향감각을 갖고 상담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그 쓰라렸던 처음과 중간과 그리고 현재라는 과정을 자기만의 힘으로 잘 통과하고 있는 S를 만나온 과정 자체가 상담자에게도 참 의미가 깊은 일입니다.  

이번 학기에 S는 치유공간 느낌의 상담가교육 레지던트 과정을 밟게 되었습니다. 상담사례연구를 학도 하지만 집중적인 자기 분석(심리상담)도 교육내용에 함께 포함되어있습니다. 왜냐하면 상담자들이 상담을 하려면 자기 분석과 자기 치료가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아카데믹한 공부만 한 상담자는 내담자가 경험하는 실존의 세계를 깊이 만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치유공간 느낌에서는 상담자의 자기 치료와 분석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깁니다.

S는 이번에 어린 시절 자신과 엄마의 관계를 깊이 만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이 부분이 잘 해소가 안되어 현재에도 연인관계와 인간관계에 어려움이 크다고 하였습니다. S처럼 과거의 쓴 이야기를 이렇게 열정적으로 만나려고 하는 이를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그 내면적인 힘이 놀랍기도 합니다.

S는 초등 5~6학년에 눈위에 서있는 자신을 떠올립니다. 엄마가 무엇때문에 화가 났는지는 모르지만 한 겨울에 자신더러 옷을 싹 벗고 나가라고 한 것입니다. 발육이 빨랐던 S가 손으로 가슴을 가린채 고개를 수그리고 있습니다. 생리를 하던 날이라 다리에서 피도 흐르고 있었구요. S는 엄마가 화가나면 이렇게 발가벗겨져서 내쫓기곤 했습니다.

"엄마가 언제 부르려나?"

이것이 발가벗겨져서 내쫓긴 S의 생각이었습니다. 수치감이나 분노나 억울함 같은 감정들에는 무감하고, 고개를 숙인채 엄마의 호출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S를 떠올리니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습니다. 그때의 S로 상징되는 발가벗겨진 인형에게 30이 넘은 지금의 S가 옷을 정성스럽게 입혀주고는, 추웠을 이불로도 감싸줍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너를 기억하고 있어!"
"누구도 함부로 하지 않도록 내가 너를 지켜줄께!"

그 어린 날의 상처입은 S에게 몇번이고 약속을 해주는 지금의 S가 참 신뢰롭게 느껴집니다.
한 사람이 자신의 상처를 있는그대로 만나고, 그것을 감싸면서 성장해가는 과정을 가까에에서 만날때 이 일을 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존재의 기적이면서 동시에 만남의 기적이예요.


위의 사례에서의 구체적인 스토리는 S의 허락을 받고 실었습니다.

https://blog.naver.com/nukim12
https://www.instagram.com/nnnnu_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