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 이야기

부부상담후기 : 이 온도 차 어쩔 것이야?

작성자
adminNK
작성일
2018-10-12 15:28
조회
1652



남편은 이 사안이 생기기 전까지 아내와 자신의 관계가 비교적 괜찮았다고 말한다.
아내는 신혼때부터 이혼하자는 말을 감히 하지 못해 '우린 잘 안맞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부부 중 한 사람은 좋았다고 말하고, 한 사람은 헤어지고 싶었다고 말한다.
부부는 결혼한지 20여년이 되었다.

결혼하고 나서 남편의 공감을 한번도 받지 못했다고 아내는 말한다.
채워지지 않는 부부관계의 허기를 아이들이 그래도 잘 크고 있는 것에 대한 만족감으로 채웠다.
그렇게 애를 썼어도 살면서 우울증이 크게 두번이 왔다.
이렇게 크게 문제가 생겨야만 그제서야 남편이 자신을 따뜻하게 대한다고 아내는 말한다.

남편은 지금도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걸고, 아무렇지 않게 한 공간에 있다.
아내만 힘든 게 나아지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말은 아내도 했다.
나만 마음을 고쳐먹으면 모든 것이 편안해질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지금 관계의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반대편에 있다.
한 사람은 그 강을 모른 척 하면서 살을 붙여대고,
한 사람은 그 강을 건너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이 온도 차이 어떻게 할 것인가?"
 
억지로 봉합하기에는 살아온 세월이 길고, 마음의 골이 깊다.
그것이 무엇이든 말하지 못한 것들을 우선 알알이 굴려내보내야 한다.
남편이 밉다고 말할 때에도 아내는 한참을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고 나서야 말할 수 있었다.

남편은 이제나 저제나 아내가 마음을 돌릴까 눈치를 본다.
아내는 어떻게 하면 남편에게 기대지 않을까 궁리를 한다.

"이 온도 차이 어떻게 할 것인가?"

두 사람이 관계를 회복하려면,

남편은 '아내'라는 강을 건너야 한다.
그동안 가늠하지 못했던 그 강의 깊이와 서러움과 허기를 온전히 만나고 공감해야 한다.
아내는 '자기'라는 강을 건너야 한다.
그동안 포기하고, 단절하고, 표현하지 못했던 자기 안의 분노와 서러움과 허기를 만나야 한다.

혹시 남편이 조금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말이다...
한국이라는 곳은 아내의 서러움과 분노와 허기의 깊이를 자주 투명인간 취급하는 곳이다.
그의 아내도 한국 사회 여성의 전형적인 가슴앓이를 하고 있었다

https://blog.naver.com/nukim12
https://www.instagram.com/nnnnu_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