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 이야기

애도치료

작성자
adminNK
작성일
2017-10-20 13:18
조회
1952
애도치료





갑작스럽게 담임선생님을 잃은 고3 남학생들과 2박3일 그룹을 했다.

친구들은 갑작스런 죽음에 대한 황망함을

또 다른 대상에 대한 분노로 표출하고 있었다.



얼마전 둘째아이와 산책을 하면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 : 하용이가 언젠간 엄마랑 걸으면서 예쁜 연꽃도 보고 한 것을 기억하겠지?

하용 : 엄마가 언제가 죽으면 나 무지 울꺼같앙!

나 : 언젠가는 죽겠지. 그래도 소중한 경험은 사라지지 않아.



죽음을 묵상하는 것은 삶을 더 깊이 뿌리내리게 한다.

더 아끼게되고, 사랑하게되고, 경험하는 것 하나하나를

또박또박 챙기게되는 정성스러움, 이런 태도들이 생겨난다.

삶의 동시성이 놀라울 때가 있다.

죽음에 대한 묵상과 생각들이 내 맘에 맴돌고 있던 때에

애도를 위한 그룹이 의뢰되었으니까.



친구들은 선생님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제발 학교좀 나오라고 등교전에 자취방에 찾아오신 것,

이마가 살짝 벗겨진 얼굴의 생김, 창밖을 보며 깊은 한숨을 쉬던 뒤태의 무거움...

이런 매우 구체적인 모습들 말이다.



선생님이 돌아가신 그 자리에서 새싹이 예쁘게 돋아나는

한 친구의 점토작업을 신비롭게 바라본다.

친구는 선생님을 기억해야한다고 말한다.

한편으로는 애도의 감정이 흐르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덩치큰 고3 남자친구들이

"고양이 쥐'를 비롯한 여러 놀이를 하면서 웃기도 하고,

몇 친구를 유난히 구박하며 티격태격하기도 했던 전형적인 청소년그룹이기도 했다.

죽음과 삶이, 상실과 새싹처럼 피어나는 새로운 다짐들이 함께 노닐었던 그룹이다.

애도와 신명, 슬픔과 희망의 묘한 어울림을 경험하게 해준 이 그룹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되지 싶다.



#애도 #죽음(자살) #집단상담 #치유공간느낌



https://blog.naver.com/nukim12
https://www.instagram.com/nnnnu_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