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 이야기

소그룹이야기 - 남자라서, 여자라서

작성자
adminNK
작성일
2017-04-02 20:41
조회
1789
소그룹이야기 - 남자라서, 여자라서

4-50대 여자만 11명이 있는 소그룹 방에 20대의 젊은 남성이 수줍게 들어온다.
참여자 중에 몇명은 '이 남성이 보조진행자일까?' 짐작했다고 이야기한다.
이제 갓 상담교사로 발령받은 h는 상담을 잘 모르기때문에
여러 연수를 경험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다. 이 짧은 이야기들 속에서 나는
그 사람의 성이 남자이기 때문에 부여하는 권위,
반대로 그 사람의 성이 여자이기때문에 낮아지는 권위가
얼마나 우리 무의식 저변에 깔려있는지 알 수 있었다.

맥락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작년에 한번, 재작년에 한번
내가 여성이기때문에 강사섭외가 안된 적이 있다.
중간에서 소개하던 이의 입장때문에 가까스로 감정을 조절했지만
다른 이유가 아니라 나의 생물학적인 성으로 인해 컨텍이 안되었다는 것에
오래도록 마음부대껴했던 것이 기억난다.


융은 한 개인 안에는 남성성(animus)과 여성성(anima),
즉 양성성이 공존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말을 치료자에게 적용해본다면
치료자도 남성성과 여성성이 공존하는 이가 건강하다.
생물학적으로는 여성/남성이지만
주체적이고, 독립적이며, 적절한 것들을 선택하고, 분별하고,
때로는 성장에 불필요한 지점들을 가지치기할 수 있는 '남성성'과
품고, 돌보고, 기르고, 수용하며, 가꾸고, 소통하고, 양육하는 '여성성'이
유연하게 공존하는 한 개인이자 치료자가 우리가 추구하여야할 방향이지 않을까 싶다.


h는 소그룹에서 몸활동을 하면서 자신이 남자라서 파트너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여자였으면 더 거리낌없이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겠냐는 이야기다.
파트너 d도 처음에는 남자여서 당혹스러웠다고 표현한다.
치료작업과 피이드백 과정을 통해서 h와 d는 남자와 여자라는 편견이 줄어들고
누구보다 마음으로 만나는 관계가 되었다.
남자라서가 아니라 '나'라서, 여자라서가 아니라 '너'라서 만나지는
존재대 존재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소그룹에서는 자주 경험하게 되니
이 자체가 기쁨이요 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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