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 이야기

소그룹이야기 - 바람이 불어오는 곳

작성자
adminNK
작성일
2017-06-07 23:54
조회
1873
소그룹이야기 - 바람이 불어오는 곳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그대의 머리결같은
나무아래로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란 노래의 첫 소절이다.
가사의 이미지를 따라가며 눈을 감아보면
나는 이미 기분좋게 머리칼을 날리며 나무 아래에 서있다.
6월의 풀냄새가 바람을 타고 코를 간지럽히는 것도 같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도 코끝을 간지럽히거나 나뭇잎의 청량한 소리로 찾아오는
매우 찰나적이긴 하지만 바람결같은 만남이 있다.

"고맙다고 안해서 서운해"

위기청소년 교육과 상담일을 하는 한 기관의 선생님들 소그룹에서였다.
팀장으로 일하던 S가 동료 선생님들에게 속에 있던 마음을 드러낸다.
S는 자신이 경험해서 성장하고 좋았던 경험이 있으면 동료들과 함께 나누고,
연수를 기획하여 동료들도 함께 경험하도록 하는 편이다.
S가 기획한 명상이나 상담연수에 동료들이 참여하고 또 즐기는 것 같은데
자신에게는 이렇다 저렇다 피드백이 없는 것이 서운한 것이다.

나는 사람들의 뻔한 반응들이 예상된다.
이 뻔한 반응들은 대체로 마음을 표현한 사람으로 하여금 미성숙하다는 느낌을 갖게하거나,
괜히 말했다는 자책을 안겨주기가 쉽다.

"고마운데...고맙다는 말을 꼭 해야 아니?"
"고마운데...고맙다는 말을 들을라고 일하니?"
"고마운데...그런 표현은 내 스타일이 아니야!"

전형적인 yes, but* 식의 대화다.
이런 대화는 안하느니만 못하다.
관계에 바람이 아니라 벽을 장착시킨다.
차라리 고맙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훨씬 솔직할런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소그룹에서는 뻔한 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수줍음이 많고, 마음표현이 익숙하지 않았던 소그룹 멤버들이
약간의 당황스러움을 이겨내고 S의 마음을 너도 나도 알아준다.
속으로만이 아니라 입을 떼서 말을 하면서.
"고마워!"
"말안해도 알겠거니 했는데 섭섭하다니 미안해!" "솔직하게 말하는게 귀여워!"

속마음을 묻어두지 않고 소리내서 표현한 S,
그냥 넘어가지 않고 마음결을 섬세하게 만나준 그룹 멤버들의 소통에 바람이 불어왔다.
마음을 이해받은 S의 얼굴에 아이같은 웃음이 팡 피어난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질때나 감상할 수 있는 '가장 자기다운 얼굴'을 본 날이다.
S의 웃던 표정을 기억해두려한다.

*yes, but -
교류분석에서 언급한 이면적 의사소통 유형중 하나이다.
교류분석에서는 이를 게임(game)이라고 한다.
마음을 있는그대로 전달하지 않고 이면적으로 전달할때 이를 게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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