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 이야기

[상담이야기]시인 K - 함께 길을 가는 내담자와 상담자

작성자
adminNK
작성일
2016-12-30 17:20
조회
1736


올해 1월에 온 K의 상담이 종결을 향해 가고 있다.

오늘 K는 편안하다는 자신의 느낌을 

"평야를 걷고있는 것 같다."는 시적인 표현으로 말했다.

1년 상담을 마치며 자신에게 편지를 쓰고나서는

"내가 이런 사람인 줄 몰랐다."며 스스로를 뿌듯해했다.


K가 사용하는 말을 잘 따라가다보면 

K가 시인이라는 것을 곧 알게된다.

소통이 안되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때

"공이 갔는데 돌아오지를 않는다."고 표현하기도 하였고,

화나는 마음을 주체하지를 못할때는

"분노게이지가 목에서 튀어나왔다."는 기발한 표현을 하였다. 

방에 쓰레기들과 철지난 옷가지들을 끌어앉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때는

"다 버리면 뭔가 있을 게 없어지는 느낌 같다."는 허전함을 표현해내었다.


모든 내담자들은 시인이며 천재라고 표현하는

어느 상담학 교수님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가만 생각해보면 그게 일리가 있다.

더 이상 마음 둘 곳이 없는 막다른 골목의 상태에서 온 내담자들은

적절한 온기만 주어지면 각자 자신에게 고유하고 독특하며

창조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고 급기야 담을 훌쪽 넘어선다.

오래도록 상담을 해도 이것은 늘 새로운 신비다.

예측할 수 없는 생명력이 어느 순간 발휘되는 내담자를 볼때

사람은 놀랍고, 여러 한계와 약함과 악함에도 불구하고

그 가능성과 창조성에 감탄하게 된다.


그러기에 상담은 언제나 "처음처럼"의 자세를 지녀야 한다.

하던 방식들, 익숙한 방식들을  오히려 벗어내야할때가 많다.

상담은 그래서 내담자와 상담자가 함께 걸어가는 길이다.

같이 틀을 벗고, 같이 치유되고, 같이 성장하는

깊고 리드미컬한 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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