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 이야기

'내 편'이라는 느낌의 생명의 동앗줄

작성자
치유공간느낌
작성일
2020-05-18 20:32
조회
5870

내 편이라는 느낌의 생명의 동앗줄

스무살까지만 살거라고 생각했던 소녀가 있다. 그녀는 지금 서른에 가까운 나이가 되어있다. 스무살 이후에도 그녀는 자주 '지금이 죽기에 적기!'라는 생각과 '오늘만 참자!'라는 생각의 갈등 속에서 죽어라고 글을 쓰며 순간적인 위기를 넘어서곤 했다. 그녀 말처럼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이 너무나 힘겨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잘 버텨내었고, 지금은 이전과 같지 않으니 얼마나 좋으냐!'라는 말이 무색한 경우였다.

그렇게 그녀는 죽음을 가깝게 여겨왔다. 그런데 죽음을 떠올리게 되었다는 바로 그 지점에서, 항시 삶을 붙들고, 삶을 선택하고, 삶을 붙들게 된다는 것이다.

성서의 예수는 '돌들이라도 나를 위해 소리치게 하겠다!'고 말한다. 그녀는 정말 돌들을 통해서라도 위로와 생명에너지를 흡수할 것만 같은 느낌을 상담 내내 들게하였다. 죽고싶은 마음만큼이나 그녀의 생명력은 강인하였다. 아주 작고 사소한 이유들에게서도 그녀는 살아갈 이유를 찾았다.

그녀는 자신을 '높은 건물 옥상에서 동앗줄 하나에 매달려 있는 것'으로 비유했다. 그녀를 20회기 동안 만나는 동안 그녀가 처한 아슬아슬한 상황에도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그녀는 절대로 줄을 놓지 않는다는 사실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동앗줄의 상징에 대해 이야기 하던 중, 그녀는 자신에게 처음으로 동앗줄이 되어준 사람을 떠올렸다. 그는 중3때의 담임선생님이었다. 수학여행인가에서 담임선생님은 그녀를 억지로 무대에 올려보내 노래를 하게했다. 선생님은 예체능고에 진학하고 싶은 그녀의 꿈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갈 수 없다는 현실도 알고 있었다.

선생님은 여기에서라도 소원을 풀어야한다며 그녀를 무대에 올려보냈다. 그녀가 반 강제로 무대에 오른 순간, 갑자기 같은 반 친구들이 플랭카드를 드는 광경이 펼쳐졌다. 그녀만을 위해서 제작된 플랭카드였다. 그 순간을 그녀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자신이라고 느꼈다고 말한다.

상담자 : 어떤 마음에서 제일 행복하다 느꼈을까요?

내담자 : 선생님이 내 편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종결상담에서 그녀는 돌아보면 동앗줄 같은 고마운 사람들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동앗줄을 붙잡은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는 것도 깨닫는다. 용기가 없어서 못 죽는줄 알았는데, 힘듦을 버텨낼 만큼 살고자하는 에너지가 컸음을 받아들인다.

자기 삶에 대한 그동안의 시나리오가 새로운 시나리오로 전환되었다.

  •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 불행하다고 생각했는데, 즐거웠던 기억들이 존재한다.

  • 죽지못해 산다고 생각했는데, 잘 버텨내고 있다.

상담자 : '잘 버텨내고 있다' 정도가 아니라 사실은 '살고싶었던 것'이 아니구요?

내담자 : 그건 가오가 있지 여태껏 죽고 싶다고 말했는데 존심상해 못말하겠어요.ㅎ

그녀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사람을 향한 진정어린 마음은 '씨앗'같다 는 생각을 하게 된다. 캄캄한 흙에 파뭍힌 씨앗은 당장은 아무런 소득이 없지만 때가되면 그녀처럼 새싹으로 돋아난다. 당사자가 그것을 기억해내도 좋고, 영영 기억되지 않아도 좋다. 그럼에도 씨앗은 자신의 역할을 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그녀가 13년만에 선생님을 떠올린 것은 반갑고 축하할만한 일이다. 선생님과 친구들의 플랭카드를 소환하면서 그녀의 지금(Here and Now)가 좀더 풍성해지고 따뜻해질테니까.

그녀는 그때 어떤 노래를 불렀을까. 어떤 표정이었을까. 나는 플랭카드를 들었던 친구들 중의 한 사람이 되어서 그녀가 부르는 노래에 몸을 맡기는 상상을 한다. 정말 최고였을 텐데...

*이 글은 '그녀'로 표현된 내담자의 동의를 받아 기록하였습니다. 내담자 '그녀'는 이 이야기가 좀더 유명해 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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