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 이야기

추석에 만난 11살 조카의 느낌 표현

작성자
adminNK
작성일
2018-10-12 15:14
조회
1809

추석에 만난 11살 조카의 느낌 표현


명절 연휴가 오히려 저는 가족들과 함께 보내며 잠시 일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어서 가벼워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상담실 이사로 인해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치고 복잡해서 그랬지만 이전에는 저도 명절 스트레스가 있었죠. 
하는 일도 없는 것 같은데 괜히 편두통이 생기고, 속이 더부룩하고, 자꾸 잠만 오는 신체적인 반응들이
저의 명절 스트레스를 상징합니다.

시댁과 친정 어머니들이 이제 나이가 들어가시니 전과 달리 자식들의 주도성이 커집니다.
저의 목소리도 커져가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습니다.
빡세게 살아가야 하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죄로 평상시에는열심히 살아가겠지만,
명절에 주어진 연휴만큼은 누가뭐래도 누리고 싶다는 욕망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저의 친정엄마에게도 설날에는 63빌딩에서 만나자고 했네요.ㅎ

암튼 이번 명절에 시댁 가족들이 모였는데 재미난 풍경이 있었어요.
우리집처럼 형제만 있는 동서네 아들들의 대화가 너무 웃겨서 빵 터졌답니다.
웹디자인 일을 하는 재주꾼 시동생과 동서에게 느낌말카드를 막 펼쳐놓고 블로그 디자인 구상을 하고 있던 중이었거든요.
동생때문에 심기가 불편한 11살인 큰 아이가 엄마아빠에게 오더니 그 앞의 느낌말 카드들 중에 자기 느낌을 툭툭 읽는 거예요.

"열받아!" "빡쳐!" "억울해!""답답해!"

여러 개의 느낌말 카드를 읽더니 자기 느낌이 들어있는 카드를 흐트러뜨리지 말라고 저에게 맡겨놓네요.
그후 곧바로 학교도 안들어간 6살 둘째가 와서 어디서 글자를 똑부러지게 배웠는지,
형때문에 열받았단 느낌을 형처럼 카드를 읽으며 또박또박 표현합니다.

느낌말카드를 활용해서 감정표현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진행하는 터라
아이들이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시원하게 느낌을 말하는게 신퉁방퉁하고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거침없이 표현하는 것을 보니 '음, 살아있네!'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지요.

조카들처럼 시원하게 느낌을 팡팡 표현할 수 있다면 '화병'같은 것은 안생길 것 같아요.
워낙 한국사회가 화가 나는데도 아닌 척, 좋은데도 아닌 척, 알아도 모르는 척, 없어도 있는 척...
체면과 서열로 인해 이중감정을 강요하는 문화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게 정직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요.
저는 저의 조카들이 앞으로도 쭈욱 자기 감정을 이렇게 정직하게 표현하며 살아가면 좋겠어요.
남들이 강요하는 메시지에  주눅들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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