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 이야기

성인상담후기: 실컷 울 공간(Crying Therapy)

작성자
adminNK
작성일
2018-10-12 15:20
조회
1755



Crying Therpy

상담실을 옮기고 나서도 이전에 상담받으시던 분들이 그대로 이어져서 다행입니다. 상담이 참 섬세한 작업이기 때문에 환경이 변화면 마음도 예민하게 변하기 쉽거든요.

일주일도 안된 상담실에 새로운 내담자가 이틀 전에 오셨습니다. 성인인 아들의 간곡한 바램으로 초로의 부부가 오셨더랬지요. 두 분 중에 아내는 상담에 대한 거부감이 크셨습니다. 남편은 차근차근 상황을 설명하시는데, 어떤 대목에서는 눈물을 흘리셨지만 어떤 대목에서는 이런 표현을 하시면서 이야기를 거부하셨어요.

"난 실컷 한번 울고나면 속이 시원할꺼 같아요!"

상담을 마치기 10분 전에 다시 아내에게서 그저 울고 싶을 뿐이라는 표현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집에 남편이 있어서 실컷 울지를 못한다구요. 원하시면 울도록 도와드리겠다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거리십니다.


남편과 아들을 바깥으로 내보내고 우리는 울 준비를 했어요. 문 단속을 하고, 불을 끄고, 휴지를 가까이 가져다 놓고... 제가 사부작거리며 준비하는데 아내가 우시기를 시작하십니다. 눈만 우는게 아니고, 가슴만 우는 게 아니고, 오장육부가 바닥부터 긁어지는 것 같은 울음... 그런 울음을 내쳐 우시고 급기야 가슴을 쾅쾅 때리십니다. 몸도 같이 울거든요. 아기를 달래듯이 내 몸과 마음이 이분에게로 향합니다.

울음이 잦아들고, 감았던 눈을 다시 뜨시게 되는 이 모든 과정이 10분을 살짝 넘었을 분입니다. 실컷 울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 분을 통해 새삼 깨닫습니다. 단 10분이라도 내가 실컷 울 공간이 있는가?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내쳐 울 공간... 그런 곳이 있나? 나 자신에게도 질문을 하게된 시간이었습니다. 6년 전에 '치유공간 느낌'이라는 이름을 참 지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되었어요.
우리가 그런 공간이니까. 느낌아니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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